[A0003] 이 작가를 주목한다 ~화가 오원배 - 윤범모(1989)
October 21st, 2007 Posted in Prior Article이 작가를 주목한다 ③화가 오원배
-明·暗대비로 독특한 형상표현 불확실성의 현대인 초상 예시
1989년 1월 26일 국민일보
비평을 업으로 삼은 이들이 갖는 난처함이 가끔 있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이다.「어떤 작가가 최고이냐」혹은 「어떤 젊은 작가가 유망주냐」…. 질문하는 측의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나 전문성을 수반해야 될 비평가의 입장에선 대답이 망설여질 때가 많다. 자신감의 결여라기보다는 소신 표명 이후의 책임감 혹은 부작용 등이 속출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특정작가의 신비화라는 조명작업은 사양하고 싶은 것이다. 입장이야 어떻든간에 나에게 기대되는 작가군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가운데 오늘은 吳元培를 거론코자 한다. 학생시절부터의 변모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나에겐 다소 아끼는 작가 편에 든다는 표현이 솔직한 말일 것이다. 그는 성실하면서도 지칠 줄 모르는 작업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게다가 세계를 인식하는 시각 또한 꽤 진지하고 개성적이다. 이 점은 프랑스 유학 이후 더욱 확실해진 것 같다. 결코 서두르지 않는, 그렇다고 성급하지도 않은 그의 자세에서 프로다운 면모를 느끼게도 된다.
오원배의 근작들을 보면 매우 야릇한 느낌이 들게 된다. 어두운 색의 배경에 흰색계통의 주제는 무엇보다 커다란 목소리의 발언임을 알게 한다. 때론 위험부담을 이끌어 낼 듯 강한 대비효과가(소재들끼리가 아닌 배경과 주제 사이의 형식으로) 그의 그림에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문제는 吳원배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주인공의 정체이다. 어떻게 보면 인물 같고 또는 동물 같기도 하다. 獸性을 지닌 인간일수도 있고 혹은 자리를 제대로 못잡은 軟體動物같기도 하다. 그와같이 독특한 형상은 왜곡과 생략?과장등의 방식으로 화면을 압도한다.
무엇인가 불안함을 유발시키는 대변혁 이전(혹은 이후)의 특정 상황을 예시하는 것도 같다. 불확실 시대 혹은 전환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초상인 것처럼 작가의 조형적 발언이란 측면에서 볼 때 吳원배의 연출은 일단 실패는 아니다. 화면이 내포하고 있는 주제의 거창함을 나름대로 소화하여 개성화시켰기 때문이다.
다만 그의 작품을 대하면서 이따금 조나단 보로프스키가 떠오르는 것은 웬일일까(그는 베를린 장벽에 인체를 그린 바 있다. 일견 오원배식으로). 보로프스키의 첨예한 주제의식을 비롯, 재료사용이나 표현기법 등의 다양성 등은 참고가 될 듯하다. 어떻든 오원배의 내일에 기대를 걸고 싶다. 분명히 그는 보다 설득력 있고 목소리가 뚜렷한 작품을 보여 주리라 믿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