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0002] 都市풍경과 人間상황 - 오광수(1986)
October 21st, 2007 Posted in Prior Article1986년 4월 24일 한국일보
자연과 인간이라는 주제는 오랜 시간을 통해 회화 속에 다루어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에 따라 다르게 비쳤으며 다르게 다루어 졌었다. 대상을 보는 인간의 눈이 달라졌고 시대의 심미안이 변화되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과 인간은 가장 풍부한 변화의 내역을 지니는 것이 되었다.
당연히 현대의 자연과 인간을 19세기의 그것과도 다르고 1950년대와도 다른 바로 우리와 직접적인 거리와 관계를 지닌 것일 수 밖에 없다. 예컨대 과거의 동양화에서 보던 무릉도원의 이상경이 아니라 아파트가 밀집되어 있는 도시의 일각이나 고속도로와 철교가 있는 풍경이 현대의 자연으로 등장한다. 옆에 화병이 놓인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꿈꾸는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그런 온실 속의 인물이 아니라 동대문 시장이나 종로네거리를 아우성치며 비집고 다니는, 삶의 열기가 몸에 밴 그런 인물들이 더욱 우리들의 현실을 일깨우는 인간상들이다.
吳元培의 화면에 등장하는 주제는 인간상이다. 吳元培는 인간이 처한 상황적인 단면을 은유화하고 있다. 어지럽게 흩어지고 나뒹굴어진 상자나 막대와 같은 암시적인 기물을 배경으로 등장하는 인간상들은, 인간상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괴물화 되어버린 것이어서 처절한 실존적 풍경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꽈배기처럼 얽힌 기이한 인간의 형체, 신문지의 콜라지에 의한 형체의 부각, 그리고 낙서와 기호가 부유하는 공간은 현대?문명?인간에 대한 비판적인 상황인식을 강하게 환기시키고 있다.
그러면서도 전체작품을 보고 난 느낌은 그러한 상황인식이 지나치게 통제된 인식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좀더 열려진 인식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신형상계열의 신진들이 대거진출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독자적 어법을 갖추고 있는 작가가 의외로 빈곤한 현실에, 특유한 인간형의 창조와 무대적감각의 화면 처리 등의 독자적인 조형언어는 이 계열에 풍성한 플러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