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0017] 푸른빛 인간군상 거대화면에 담아 - 김한수(1998)
October 21st, 2007 Posted in Prior Article제9회 이중섭미술상 吳元培씨, 29일까지 本社미술관서 기념전
1998.11월12일, 글/ 金翰秀기자 (조선일보)
『최연소 수상자인 만큼, 좀 젊은 느낌이 들도록 전시를 꾸몄습니다. 특히 평면회화가 갖는 한계를 넘어보려고 애썼습니다.』
작년 제9회 이중섭미술상 수상자 오원배(吳元培·45·동국대교수)씨의 수상기념전이 11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중구 정동 조선일보미술관(02-724-6328)에서 열린다. 오씨는 현대사회의 인간 소외 문제를 화폭에 담는 대작(大作)에 과작(寡作)으로 잘 알려진 작가. 그런 그도 『추석연휴 사흘동안도 학교 작업실에서 혼자 문 걸어놓고 그렸지만 전시회 직전까지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고 지난 1년간의 고심을 털어놓았다.
작년 수상소식을 들을 때 손대고 있던 대작 대여섯점마저 「과거 작품을 답습하는 것 같아」치워두고, 올해 새로 그린 20여점만을 선보이는 이번 수상기념전은 오씨의 작품인생에서 변화의 계기가 될 것 같다. 무표정한 푸른빛 인간 군상이 폐허같은 도시 구조물 속에 서있는 모습을 거대한 화면에 담아낸 것은 과거와 비슷하다. 그러나 화면 위에 알미늄판을 끌어들이고, 종이 테이프를 붙여 차가운 금속성으로 인간 소외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내 보이는 등 재료면에서는 괄목할 만한 변화를 보인다. 여기에 눈높이가 아닌, 하늘 위나 땅 밑에서 바라본 것 같은 인간의 모습, 예각으로 날카롭게 배치된 고가도로나 낡은 상가 건물 등은 화면 위에 불안한 긴장감을 뭔가 진행되는 가변적인 상황을 보여 주고 있다. 또 하늘을 향해 뛰어오르는 청년들을 그린 「날고 싶다, 높이 날고 싶다」(386×259cm)나 꽃을 화면 가득 그린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386×259cm) 등은 세상에 대한 낙관과 희망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처럼 동적(動的)인 작품과 정적(靜的)인 작품을 나란히 전시함으로써 전시장 전체를 리드미컬하게 엮었다.
오씨는 『설치미술, 매체미술이 유행하지만 회화는 그동안 너무 기존의 재료와 방식에 안주해 왔다』며 『새로운 재료를 통해 평면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