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의 실존적 변주

[A0001] 吳元培의 作品世界 - 임영방 (1986)

October 21st, 2007 Posted in Prior Article

전시: 오원배展(1986.4.18-4.24, 동덕미술관)
리뷰: 오원배의 작품세계
글 : 임영방(서울대 인문대 교수·미학)

邑里 국립미술학교에서 최고의 영예로 꼽히는 수석 회화상을 수상하고 그 학교의 저명한 화가, 양켈(YANKEL)교수 문하생으로 수학, 귀국한 오원배가 처음 개인전을 보여준다.
이미 국내외에서 여러 전시회를 통하여 작품활동을 계속해 온 오원배는 첫 개인전 작품을 파리 유학시절에 제작한 것과 귀국 후 제작한 대작들로 보여준다. 우리는 추상적인 인상을 안겨주는 이 작품들을 몇 가지 측면에서 감상 할 수 있다.

인간과 비슷한 형태의 동물이 생존하고 있는 그의 추상적 세계의 구상은 어디에서 어떻게 이루어진 것일까. 이것은 오원배가 보고 있는 가치세계에 속한 문제일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의 세계관이 그림이라는 특수언어로 시사된 것이다. 경물이 꿈들거리고 있는 이 세계에는 사다리, 안경, 숫자, 반면, 주사위, 탁상시계, 말뚝, 파괴된 건물, 석촌, 기둥계단 등이 무질서하게 혼합되어 있고, 마치 천지창조 이전의 혼돈을 상상케 한다. 서로 엉키어 꿈틀거리는 경물들이 황폐한 이 세계의 절망적인 분위기를 더욱 극화시키고 있다.

잡다하게 널려져 있는 물건들은 모두가 사람이 만든 가치세계에 속하는 것들이다. 이 가치세계의 허상이 여기서 제시된 셈이며, 여기에 타락된 인간과 경괴같은 인간을 보게 한다. 숫자와 시계는 불변의 차 원이며, 이에 운명과 허위성을 나타내는 주사위와 반면을 인간세계에 있게 한다. 결국 시간과 공간이라는 절대차원에 존재하고 있는 인간세계의 허상이 비유되어 그림으로 제시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작가가 보여 주고 있는 것은 모든 존재가 제각기 자체의 속 성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동물과 같은 경물은 반면을 향해, 주사위를 향해 발버둥치고 있으며 시간 앞에서의 무력함을 보여주고 있다.

오원배의 작품 구상은 그 옛날 어느 서양화가의 “메랑코리아” 작품을 연상하게 한다. 한편, 오원배의 작품을 지배하고 있는 어둡고 우울한 색조는 더욱 차거운 분위기를 강조한다. 그러나 회화적인 색체성에 있어서는 적색, 확생 등이 적절한 흔적으로 充當되어 있어, 이 면에 있어서는 작가의 표현력이 충실함을 엿볼 수 있다. 특히 꿈틀거리고 있는 괴물상들은 신무지로 꼴라쥬되어, 그 상의 동물적인 표피감을 강하게 전달하고 있다.

표현의 매체인 재료의 개발은 많은 작가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점이지만 특히 오원배의 경우, 식물성 재료를 특이한 매체를 통하여 물감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그의 작품은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이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창작성이 이번 그의 첫 개인전에서 과시되오 있다. 그의 작품에 관해 몇마디 남겨놓고 싶은 말은 “상징적인 쉬운 형상, 또는 유행적인 영상을 빌리지 않고 독창적인 형상세계를 화면에 구성하여 신선함을 조성했다”는 점이며 또 다른 한가지는 “인간의 공통된 문제와 고민을 현대적인 비유언어로 구상하여 우리 모두를 자각시켜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하기에 그의 작품세계에서 일의적인 것은 자신의 정신활동을 조형언어로 창조하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젊은 작가로서는 심각한 경지에 도달했음을 볼 수 있으나 염려스러운 것은 작품이 철학을 대변하는 형식으로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이 점 오원배가 참고해 주기를 바라는 바이다.